지난 총회 이후 “공동체”,”공동체성”이라는 열쇳말들이 우리들의 관심을 잡아끌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그 후로 공동체란 무얼까,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있지만 답을 찾기까지는 먼 길을 가야지 싶습니다.  국가공동체, 민족공동체, 가족공동체, 마을공동체, 학교공동체, 배움의 공동체 등 공동체로 호명되는 단위가 여럿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모두를 관통하는 공동체의 정체가 있을 법도 한데 아직은 잘 모르겠군요.


공동체란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우리는 언제 공동체라는 낱말을 떠올리게 되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아래의 글은 지난 달 성당 미사를 마치고 주보를 썩 잘 보지 않는 저에게 꽃구름이 읽어볼 만 하다며 내민 주보에 어떤 신부님이 게재한 글입니다. 가족과 종교 공동체로 시작하여 국가 공동체로 외연을 확대하여 바라보는 글의 방향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위의 질문에 도움이 될까 하고, 그리고 같이 나눠보고 싶은 마음에 올려봅니다. 교육과 학교를 덧붙여 생각해본다면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내용이 아닐까 합니다.


“나는 이 사람의 피에 책임이 없소. 이것은 여러분의 일이오.


최재영 세례자 요한 신부


세상에 그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누군가를 특별하게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입니다. 어떻게 내 마음에 드는 그 사람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만날 수 있는 걸까요?


하긴 누군가는 말하죠. 어디에나 호감을 느끼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라고. 그러니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밖에! 이렇게 딱딱하게 사랑을 표현하기엔 좀 서글프지만 사랑은 순간적인 이끌림보다 그 관계를 진실하게 지켜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사랑을 지켜가는 과정 중에 많은 사람들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선택합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결혼생활을 하면서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나는 도대체 누구와 결혼한 것일까?”


분명히 한 사람을 사랑한 것인데 결혼생활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그 밖의 수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무엇인가를 먹고, 어디를 가고, 어떤 주제로 대화를 하고, 선택하고, 포기하고, 내어놓고 하는 과정에서 사랑하는 한 사람과의 갈등도 쉽지 않은데 더 많은 관계 안에서야 오죽하겠습니까. 하물며 내 목숨보다 귀한 자식과의 관계도 그러니 말이죠. 이런 관계들은 사랑과 무관한 것일까요? 아니면 사랑을 성숙시켜 가는 선물들일까요? 나는 이 사람만 좋아해서 결혼한 것이니 그 외에는 관심 없다? 이 사랑은 지속될 수 있을까요?


인간은 신앙을 갈망합니다. 신앙을 가진 삶들은 어떤 형태로든 제도종교를 선택하게 됩니다. 종교는 결혼과 마찬가지로 생각지 못했던 많은 관계와 고민을 우리에게 던져줍니다. 하지만 많은 신앙인들은 곧 이런 고민에 빠져 듭니다.


나는 하느님과 행복하게 단둘이 지내고 싶은 것 밖에 다른 일에는 관심이 없는데...”


그래서인지 신앙공동체 안에서 힘들고 귀찮은 일은 전혀 하지 않으려는 신앙인들이 상당수입니다. 멋지고 예쁘게 차려 입고 좋은 말씀 듣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쓰레기 하나 치우는 일에 나서는 사람은 적습니다. 서로 친절하자, 좋은 말로 위로하자, 이웃과 친교를 나누자고 하면 그것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좋아하실 일이라고 말하면서, 바른 먹거리를 지키고 일회용품을 쓰지 말고 냉 난방기 사용을 줄이자고 하면 그것이 신앙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자신들의 건강과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는 하느님께 끝없이 기도하면서, 세상의 평화를 위해 군사무기를 반대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사회적 약자들을 지지하고 창조질서를 보전하기 위해 핵발전소를 폐기하고 산과 강을 지키자고 하면 그것이 복음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나는 그런 것들을 위해 성당에 온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삶에 지쳐 쉬고 싶은 마음을 왜 이해하지 못하겠습니까만, 이 신앙은 지속될 수 있을까요?


후기 산업 사회 시대의 인류는 아마도 역사상 가장 무책임한 세대로 기억될 것이지만, 21세기 초의 인류는 자기의 막중한 책임을 기꺼이 떠맡았다고 기억되었으면 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165)


전기 중독 사회! 한국사회를 꼬집는 가슴 아픈 표현입니다. 현대 자본주의 경제제도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필요한 것보다 더 생산한 다는 것이죠. 필요한 만큼 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빵을 100개 만들었으니 어떻게든 다 먹으라는 것이죠.

그 빵을 먹게 하려고 기업, 미디어, 정치인들은 삼위일체가 되어 사람들을 어지럽게 합니다. 소비능력이 없는 사람들마저도 그것이 경제발전이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믿게 만듭니다. 소비패턴에 익숙해지면 그것을 위한 생산방식이 복음적인지 비복음적인지는 묻지 않게 됩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비윤리적인 생산은 빈윤리적인 소비를 강제하고, 온갖 미디어를 통해 교묘하게 학습된 과소비는 비윤리적 생산을 합리화하는 악의 순환 고리에 빠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억압받는 사람들의 고통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나와 그들의 삶의 고리는 깨어진 지 오랩니다.


하느님 나라를 기다리는 종교인들이 모이는 거대한 건물들을 생각해 봅시다. 찬란함과 영광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밝게 불을 밝히고 여름에도 덥지 않고 겨울에도 춥지 않은 곳에, 성전 바로 문 앞까지 차를 타고 모입니다. 복음을 나누는 자리에서도 비윤리적인 에너지는 넘쳐나고 반생태적인 음식들이 넘쳐나고 억압받는 이들의 현장에 대해서는 무감각합니다. 그런 것들은 까다로운 몇몇 이들의 주제일 뿐입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는 질문이 되돌아옵니다.

순례라는 이름으로 관광을 다니는 사람들이 쓰는 에너지는 아프리카 대륙에 사는 사람이 3,4년을 쓰고도 남을 양의 탄소를 대기 중에 내뿜습니다. 손님들이 드나드는 숙소에는 맥주나 몇 캔 들어있는 냉장고들이 일 년 내내 윙윙 돌아가고 여행객들은 에어컨을 가득 틀고 이불을 덮고 잡니다. 사람들에게 그런 편의를 제공하고 자신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이익을 추구하는 마피아들의 핵발전소가 계속 돌아가고 늘어납니다.


저를 포함한 우리의 모습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 그런 거지! 어쩔 수 없다! 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고 지금과 같은 형태의 삶이 가능한 무슨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라는 막연한 내뱉음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 입니다.


민주화를 위해 독재에 맞선 학생이었고, 수도자였고, 우리 밀을 살리고자 애쓰고 있었던 농민, 세 남매를 둔 행복한 가정의 아빠였던 백남기 임마누엘 교우를 하느님께서 이 글이 읽힐 때까지 우리 곁에 두실지 모르겠습니다. 공권력의 폭력과 무책임이 예수님께서 수난 당하실 때와 어찌 그리 똑같습니까. 하느님께서 곁에 계실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5학년, 두레에서 잼나게 놀며 지내는 해솔이의 아빠이자 꽃구름의 남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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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고운별(연맘)

2016.09.29
10:52:29
(*.149.255.209)

아.. 신부님의 말씀이 너무 좋습니다. 성당 주보에서 이런 글을 볼 수 있다는 게 놀랍네요. 

나누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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