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집에 다니러 온 동생과 함께 들른 동네 BR 아이스크림집.

9시가 넘은 시각 동네 사람들로 북적북적거리며 긴 줄을 만들고.. 이 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피곤한 표정의 종업원 2명은 표정 없는 얼굴로 계산하고 아이스크림 푸는 것을 반복 또 반복.

 

2명의 남자아이와 엄마의 대화가 들립니다.

"맛보기 하고 싶어, 엄마"

"골라서 얘기하면 줄 거야"

한참을 고르던 4~6학년 쯤으로 보이는 2명의 아이들은 직원을 부릅니다.

호칭은 "저기요"  "저기요"

고른 것을 한 번씩 먹고, "저기요" 이번에는 분주한 직원들이 처음보다 더 늦게 대답하고, 한 개씩 다시 고른 한 스푼의 맛보기를 받아먹는 아이들..

 

줄서서 기다리며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곰곰 생각해보니.. 서비스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걸까 ? 하지만 꼭 그 분주한 시간에 먹어야 했을까 ?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다면 가능했을까표정들이 정말 너무 힘들어 보였거든요ㅠㅠ .... 제 결론은 이것도 갑질이다!에 다다랐습니다. 단어가 조금 센 감도 있지만, 상황에 관계없이 무언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갑질의 다른 이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과의 만남, 배려..

아이들은 그럴 수 있다 해도.. 어른인 엄마는 아이들에게 다르게 대답할 수 있지 않았을까 ? 요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을학교에서 모욕사회, 마음은 어떻게 움직이는가”(김찬호)라는 제목으로 정기 강연이 있어 꼭지휴가를 내고 가서 들었습니다.

 

강의 내용 짧게 옮겨봅니다.

 

내비게이션 때문에 길을 잃지 않는 세대... 그러나 과연 마음의 길도, 인생의 여정도 그렇게 갈수 있을까 ?

스마트 폰은 이해, 예측, 통제가 가능하지만, 감정은 가능하지 않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끊임없이 불편을 얘기하고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그것들을 줄여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불안, 불만, 불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 인터넷을 통해 보고 듣는 것이 많아져 기준이 높아진 것이다. 기준이 높아지니 욕망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옛날에는 동네에서 축구 제일 잘하면 그만이었는데, 지금은 잘한다는 소리 들으려면 박지성 정도는 되야 가능하다.

 

모멸감은 어떻게 경험되는가 ?

모멸감이 나를 덮칠 거라고 예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모멸감은 대부분 무방비 상태에서 북받치게 마련이다. 모멸감이 더욱 견디기 쉽지 않은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을 향해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를 가운데 두고 견뎌야 하는 감정이다. 부끄러움과 치욕스러움을 포괄하는 감정이자, 스스로가 유발한 것이 아니므로 반성이나 참회가 해결 방식이 될 수는 없다. - <모멸감> 서평 -

 

모욕은 누군가 주는 사람이 분명히 있지만, 모욕에 경멸이 합쳐진 모멸감은 누군가 주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어떤 상황안에서 만나게 된다.

 

모멸감은 대인관계가 아닌 상황인 제도(조직,기업,국가), 공간(넓이, 프라이버시), 문화(상징, 분위기..)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마음이란 ?

 

- 모욕 감수성

1. 물건을 사거나 가게에서 서비스를 받을 때 점원에게 반말을 쓰지 않는다.

2. 공공장소에서 장애인이나 외국인을 빤히 쳐다보지 않는다.

3. 상대방과 중요한 대화를 나누면서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4. 명절에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청년들의 결혼 예정이나 취직여부를 묻지 않는다.

5. 상대방의 외모의 단점을 언급하지 않는다.

6. 단정하고 비하하지 않는다.

 

 

- 안전한 환대의 공간을 위하여

자신을 아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열린 마음과 가슴으로 듣는 신뢰할 만한 누군가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하는 것을 스스로 들으면서 우리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 샘 킨 -

 

안전한 환대의 공간이란 서로가 서로를 초대하는 공간이다. 시민사회나 마을은 밥숟가락 수를 알 정도로 친밀할 필요는 없다. 필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선하고, 서로에게 공정하면 된다.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드니 익명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를 하게 된다.

 

우리 삶의 폭이 넓어지려면 나 아닌 것들을 만나야 한다. 내가 중요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고, 내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 누군가에게는 중요하다. 그것을 뛰어넘어야 우리는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자신의 참모습을 자각할수록 고통에 덜 상처받는다. 자신과 타인의 인간적 약점을 연민으로 받아들이면 더 이상 굴욕당하지 않는다.


 

인디언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자신의 마음에 대해 말했다.

얘야, 마치 내 가슴 속에서 두 마리의 늑대가 싸우고 있는 것 같구나. 한 마리는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고, 화가 나있고, 폭력적인 놈이고, 다른 한 마리는 사랑과 동정의 마음을 갖고 있단다.”

손자가 물었다.

어떤 늑대가 할아버지 가슴 속에서 이기게 될까요?”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내가 먹이 준 놈이지.” 


짧은 강연이라 내용이 충분하진 않았지만, 모욕사회에서 내 마음을 어떻게 지켜야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내 마음을 지켜야 내가 만나는 타인의 마음도 지켜줄수 있을 테니까요. 서로에 대한 거리두기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다시 하게 되고... 결국 내 감정도 내가 선택하는 것이니,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나에게 있음을 잊지 말아야 타인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을텐데.. 나는 어떤 순간 그렇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봅니다.


방학하면  고요한 시간 내어 <모멸감> 읽어보려고 합니다. 


두서없이 나누고 싶은 마음에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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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6.07.17
16:42:38 (*.7.79.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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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잎싹-지우맘

2016.07.19
09:15:05
(*.223.27.10)
모멸감 책을 함께 읽고 짧은 메모 남겼던 것 옮겨봅니다 ^^

"모멸감"이라는 책은 '모멸감'이라는 감정의 기원을 심리학적, 병리학적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학적 관점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그 해결책은..
구조적 차원에서 - 최소한의 품위를 갖출 수 있도록 안정적인 삶이 가능한 사회를 이루어야 한다
문화적 차원에서 - 특정한 기준으로 인간의 귀천을 나누는 위계적 풍토를 바꾸어 가치의 다원화를 이루어야 한다
개인적 차원에서 - 자존의 각성과 결단. 진정한 품위를 지켜야 한다
라고 결론짓더군요.(다소 뻔하고 허망할 수 있지만..)

특히 타자 지향적인 한국인의 특성상 모멸감에 취약할 수 밖에 없을진대..
이런 비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설명 중에 흥미로운 개념이 기억에 남습니다
'ranking(등급 매기기)'와 'linking(유대 맺기)'
전자가 상하 또는 우열의 수직관계 속에서 타인을 만나는 '권력'관계라면
후자는 그러한 위계를 떠나 편안하게 다가가고 이어지는 '사랑'의 관계라구요.

휴대전화에 등록되어 있는 이름들을 각각 마음속에 떠올리며 기분좋은 사람과 기분나쁜 사람을 써 보면
바로 이 '등급매기기'와 '유대맺기'관계로 규정될 것이라는..
사람의 행복은 둘 가운데 어느 쪽의 인간관계가 많은가로 좌우될 수 있다는..

우리 사회는 어떤 관계가 늘어나고 있는가,
아이들에게 어떤 친구들이 많은가,
학교 및 가정의 교육은 어떤 인간관계를 장려하는가...

어쩌면 공동육아는(학교로 바꿔야겠네요 ㅎ) 바로 이 지점에서 가치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답니다.
ranking이 아닌 linking을 지향하는 곳..

[레벨:5]가을(현지용혁맘)

2016.07.20
16:29:21
(*.194.39.151)
-작년부터 머리로만하는 지나친 공부는 오히려 자신을 들여다 볼 기회를 없애는 것 같아서 공부는 더이상 하지말아야겠다 맘 먹고 머리를 비우고 있었는데 < 모멸감>은 읽어봐야겠네요

[레벨:10]나비-도현 석현맘

2016.07.21
23:47:26
(*.213.104.18)

유대맺기를 통해  호혜적인 관계까지 지향하는 공동체이기에

나의 태도속에 무엇이 깃들어 있는지 살펴보게 되는데요~!


갑질의 당당함도 들어와 있고,

바쁘기에 배려하지 못했다는 핑계도 자리잡고 있곤 해요.

앞으로 살아가며 더하기 할 것 보다 빼기 해나갈게 훨~많다는 공식으로 정리하네요^^

생각 나눠누기 해주셔서 감사해요...


[레벨:6]하트꽃

2016.07.22
10:07:15
(*.187.223.158)

모욕 감수성, 안전한 환대, 내가 먹이주는 늑대.


근데 꼭지 휴가 내고 또 공부하시는군요~

[레벨:7]산들바람(성혁혜성엄마)

2016.09.01
09:04:56
(*.155.59.24)
나눔 감사해요.

상대방과 중요한 대화를 나누면서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에 밑줄 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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