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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밑동 아래를 바짝 잡고서 낫질을 해야지.” 서툴게 낫질을 하던 아빠들을 보다 못한 이웃 할아버지께서 조언을 하십니다. 얼마 전 낑낑대며 벼를 베던 아이들을 도와 낫질을 해주신 할아버지신 듯 합니다. “아빠, 우리 텃밭 옆에 사시는 할아버지가 벼 베는 거 도와주셨거든. 그 분은 한 번에 여러 개의 벼를 베는데, 진짜 빨리 하셔.” 며칠 전 학교에서 돌아온 해솔이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마치 겨울이 오기라도 한 듯 꽤 추웠던 지난 토요일(29)은 오곡두레 부모들이 학교 논에서 추수를 한 날이었습니다. 이날 추수는, 아빠들은 논에서 벼베기와 실어 나르기를, 엄마들은 학교 마당에서 탈곡을 하는 등 역할을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논에 도착하였을 때 이미 2/3가량의 바닥을 드러낸 논에는 벼 밑동만 남아있었습니다.  고구마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힘들다고 투덜거리던 아이들이 동생들의 새참을 받아먹으며 며칠 전부터 벼를 베어놓은 덕분에 아빠들의 벼 베기는 제법 빨리 끝날 수 있었습니다. 민하아빠, 소운아빠, 채원아빠, 현욱아빠와 제가 논에서 벼를 베어 자리에 모아두면 이연우아빠, 원재아빠, 해인아빠가 윤송아빠 차로 학교 마당까지 옮겨놓았습니다. “원래 최순실이 독일에서 박근혜한테 전화로 계엄 때려, 라고 한 건데 박근혜가 개헌 때리라는 말로 잘못 알아듣고는 개헌을 발표한 거라는 우수개소리도 있어요.” 허리를 숙여 한 손으로 잡은 벼를 잘라내는 동안에도 우리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답니다. 벼베기 작업이 끝난 논은 입영전야에 짧게 자른 장병의 머리 같아 보였습니다.


탈곡기와 홀태.jpg


벼베기 작업을 끝내고 학교에 올라와보니 마당 한 켠에서 쉬룽쉬룽 요란한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탈곡기의 페달을 이연우 엄마와 원재 엄마가 힘차게 밟고 있습니다. 며칠 전 고구마샘이 주문하여 어제 도착한 탈곡기였지요. 탈곡기 옆에 자리한 해인엄마와 현욱엄마 해솔엄마와 현석현민엄마는 볏단을 집어주거나 떨어진 벼 알들을 정리하였습니다. “탈곡기가 이렇게 생겼구나. 정말 잘하신다. 이 쪽 분야로 진출하셔도 되겠어요.” 세차게 돌아가는 탈곡기에 숱한 벼 알들이 바닥에 맥없이 떨어집니다. “저도 한 번 해볼게요.” 신기하게 바라보던 저도 손에 볏단을 쥐고 탈곡기에 발을 올려봅니다.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다른 쪽에는 홀태 두 개가 지게처럼 비스듬히 놓여있습니다. 아빠들이 홀태 앞에서 허리를 숙여 볏단을 집어 머리 빗듯 타작을 합니다. 중간이 툭툭 끊겨 나가는 것들이 많아 다시 손으로 훑어 주어야 합니다. 시선을 5학년 교실로 돌려보니 아이들이 교실 안에서 손으로 일일이 벼 알들을 털어내고 있습니다. 손보다도 입이 더 바쁜 듯 연신 장난치며 재잘거립니다.


노는아이들-tile.jpg


교실에 있는 줄로 알았던 아이들이 어느새 밖으로 나와 탈곡기를 기웃거립니다.  현욱이와 원재, 현석, 현민이, 인혁이 그리고 민서까지 나란히 서서 탈곡기에 볏단을 올리고는 페달을 밟아댑니다. 일하는 것 같긴 한데 노는 것 같기도 합니다. 소운이와 채원이 해인이는 농구장 옆 언덕에 늘어놓은 벼 알이 떨어져나간 볏짚을 던지기도 하고 그 위에서 깡총깡총 뛰면서 놀다가 고구마 샘한테 그만하라는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벼 알들만 따로 골라내기 위해 벼 잎들을 걸러내고 있는 동안 채원엄마가 가래떡과 조청 그리고 사과를 간식으로 내옵니다. “커피 드실분~?” 큰소리로 묻는 채원엄마의 목소리가 반갑게 들립니다. 채원엄마는 영양교사인 소운엄마를 도와 점심식사 준비에 일손을 보태주었습니다. 맛있다며, 사과 한 쪽을 베어먹고 있는데 옆에 사는 석현아빠와 석현이가 강아지를 산책시키러 마당으로 올라옵니다. “안녕하세요. 강아지 산책 시키시나 봐요.” “추수하시는 구나.” 개 목줄을 잡은 석현네 부자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점심 드시고 하세요.” 해인아빠가 부르는 소리에 일하던 손을 놓고 강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놀놀이와 꽃사과가 만들어 내놓은 김치볶음밥이 밥솥 두 개에 가지런히 담겨있습니다. 막걸리를 같이 마시며 먹는 김치볶음밥은 고소한 꿀맛이었습니다. 원래는 도시락을 싸오도록 공지가 되었었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 도시락이 차가워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놀놀이가 추수작업을 하는 대신 점심을 준비해주기로 했었던 것이죠. 추운 날씨에 잘됐지, 싶었습니다.


점심식사-간식.jpg


식사를 마친 우리는 바닥에 떨어진 낱알들을 정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삼삼오오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탈곡된 벼를 고릅니다. 채반에 벼 알들을 거르기도 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일일이 손으로 밀어서 벼알들을 훑어내기도 합니다. 한참을 탈곡작업을 하고 있을 때 놀놀이와 꽃사과가 김치전을 만들어 내왔습니다. 먹을 걸 앞에 두고 가만이 있을 수 없었던 우리는 김치전을 북북 뜯어서 입으로 가져갑니다. “, 이 김치전 정말 맛있다.” “막걸리 한 잔 하세요.” 원재 아빠가 막걸리를 그릇에 부어줍니다. 아이들도 젓가락을 쥐고 우루루 몰려드니 그 많던 김치전이 금새 종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시계를 보니 바늘이 230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부모님들, 오늘 추수작업은 250분까지만 하고 10분 동안 정리하고 마치는 거로 하겠습니다.” 고구마샘이 오늘 추수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알려줍니다. 사실이지, 김치전과 막걸리로 간식을 먹는 동안 바람이 더욱 차갑게 옷섶을 파고드는 걸 느끼며 오랫동안 작업을 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5년전 입학전형에서 면접 봤을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면접 후반부에 학부모대표였던 기린이 학교에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하는 물음에 노작수업은 어떻게 하나요?”라고 질문을 했었습니다. 아스팔트 위에서 손에 흙 한 번 묻혀보지 않은 사람들이 태반인 현대의 삶에서 아이들에게 노작수업은 교재나 교구를 통한 시스템적 교육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커다란 가치를 안겨줌을 알기 때문이었죠. 3월부터 10월까지 논밭에서 지낸 7개월여의 기간은 아이들에게 어떤 시간이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텃밭에 흉물스럽게 널부러진 쓰레기를 치우고 종자가게에 가서 여러 가지 씨앗들을 사오면서 시작된 농사수업은 그렇게도 더웠던 뙤약볕 아래서 논에 물대기와 모내기 한 것을 지나 이제 찬바람 부는 소리에 더해 탈곡기 소리를 들으며 마무리에 접어들었습니다.  재미와 호기심 뿐만 아니라 힘든 노동을 견디며 허리도 아팠겠지만 땅이 우리에게 준 추수의 선물에 환호하고 박수치는 결실의 보람 또한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마도 우리 아이들의 생명감각이 만땅으로 충전되어 앞으로 3, 4주기가 되어 하게 될 공부도 너끈히 소화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마음에 담습니다.


예년보다 더 빨리 찾아온 혹독한 추위에 벌써부터 몸이 움츠러듭니다. 그 동안 아이들의 돌봄을 받으며 관계를 맺었던 텃밭 천막 안에서 지내는 고양이 짝눈이도 이번 겨울을 따스하게 잘 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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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두레에서 잼나게 놀며 지내는 해솔이의 아빠이자 꽃구름의 남편이랍니다.^^

[레벨:6]구르마(~유민형민하아빠)

2016.11.03
11:24:18
(*.36.145.64)
정겹네요^^

[레벨:10]나비-도현 석현맘

2016.11.03
15:21:16
(*.213.104.233)

날 잘 잡았어요! .

그 날 추수안했으면 다음날 새벽에 온통 서리 맞을뻔^^

다들 애쓰고 정성 쏟으신 그 쌀로 떡 하면 맛있게 먹어드릴게요 ㅎㅎ

[레벨:2]부엉이(도연우맘)

2016.11.08
12:01:33
(*.53.97.1)

함께 못해서 내내 아쉽네요. 음..연우는 크게 아쉬워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ㅜ.ㅜ 작년에 볍씨를 받아왔을때만 해도 겨울에 날씨가 따뜻해서 농사를 못지을까 걱정했었는데..ㅋㅋ

그래도 나중에 이런 지난한 과정들이 아이들의 성장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겠지요. 저희 가정처럼 편리한것만 추구하는 가정이라면 더더욱..!! 1년동안 고구마와 어린농부들 수고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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